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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6.2/10]

 

“‘내가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공존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꼰대를 위한, 꼰대들의 책. 이 책에 대한 후기를 건너건너 들었다. ‘이것도 크게 보면 좋은 반응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책은 결국 독자 개인이 받은 인상이 전부가 되곤 한다. 그렇지만 일방적인 소통의 도구임에도 저자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하는지를 파악하려는 자세는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자기 느낌에서 머물러버린 그 후기가 안타까웠다.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런 나도 꼰대 중에 하나다. 책에 나오는 꼰대 테스트는 하나만 해당되어도 꼰대라고 한다.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싶어해도 어떤 때, 어떤 조건에서 나타나는 꼰대적인 내 모습을 부정하기 어렵다.

 

90년대생들이 간단한 것과 재미있는 것과 신뢰성을 요구한다는 특징을 이 책에서는 여러 자료를 통해 소개한다. 언어, 소비습관, 직장문화에 대한 생각 등이 나타내는 90년대생은 확실히 뭔가 달라보인다. 읽다보면 규정짓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마치 나를 꼰대라고 규정짓는 그 꼰대 테스트처럼.

 

저자의 강의에 다녀왔다. 책의 내용을 요약한 수준에 불과한 강의였지만 수확이 있었다. 저자라는 사람을 본 것이다. 신입직원 교육을 담당했던 저자는 자신이 꼰대의 모습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치열하게 공부했다. 두 가지 공부였다. 하나는 지속적으로 자신보다 어린(저자는 82년생)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것, 다른 하나는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그들을 정의해보는 것이었다. 공부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핵심은 90년대생의 특징이 아니다. 그들의 특징을 알고 그에 맞게 기업과 학교가 그들을 대하는 전략을 변경하고 새롭게 구상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처음에 적은 문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단어로 말하면 소통이다.

 

나는 저자가 이렇게 해서라도 타인과 소통하고 그/그들을 알고자 하는 마음을 보았다. 마음이나 의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 책에는 세대를 규정짓는 이론과 세대론을 들먹이는 이유를 먼저 이야기한다. 왜 그 이야기를 했을까.

 

저자도 세대론으로 구분짓는 것이 정확하지 않다고 파악하고 있다. 저자가 선택한 동시간대라는 세대 구분에 따라 보면 80년대생과 90년대생의 차이는 미묘하다. 어떤 점은 단순히 사회환경 상 디폴트의 문제이거나 인간 전체의 문제이거나 하다. 세대론은 “ok. 일단 인위적으로라도 이쪽 저쪽 경계선을 짓고 바라봐보자"의 일종이다.

 

나는 저자에게서 ‘나라는 한정된 존재가 님들을 알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정도인데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거기에 “아 됐어 이 꼰대. 너랑 말 안 해!”라고 하는 건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저자가 소통에 실패했다고 판단해야 하나. 글쎄다.

 

강의에 온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90년대생인데 어떤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온 부류가 좀 많았다. 솔직한 반응이었다. 나도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데 그걸 인정하는 건 쉽지 않으니깐 말이다. 그저 살다보면 나라는 존재가 가족, 친구, 회사, 국가, 온라인 등의 영향으로 형성되어 있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살아간다. 그게 옳거나 맞는 게 된다. 타인과의 소통이 없다면 나를 점검할 기회가 없다. 그렇게 꼰대가 되어 간다.

 

저자는 내가 더이상 새롭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을 권한다. 후발 주자들은 낮은 출산율에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공존은 필연적이기에 그에 대한 대비가 일단 서로 알아가자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를 꼰대로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단계다. 실제로 꼰대이기도 하고. 90년대생의 특징인 정직/신뢰성의 의미처럼 이런 걸 인정하고 소통하기 위해 옷을 벗고 싶어하는 세대가, 아니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완전히 꼰대이지도, 꼰대가 아니지도 않다. 그런 경향은 모두가 다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열띤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어그로를 잘 끌었다. 원래 제목은 <90년생이 온다>가 아니었지만. 이런 반응은 긍정적이지 아니한가. ‘꼰대를 위한, 꼰대들의 책'이라는 반응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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