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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by 린더 카니

 

팀 쿡. 애플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CEO를 제목으로 한 책이 나왔다. 도대체 왜 이 시기에, 이 제목으로 나온 것일까? 잡스의 삶은 그가 죽은 후에 나와 전기가 되었지만 쿡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다. 자서전에도, 전기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메인으로 나오는 책에는 보통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책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보자.

 

다시 팀 쿡. 그에 대한 관심의 유무나 정도를 차치하고, 우리는 그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현 애플의 CEO이자 게이라는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 외에 정보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 느낌과 인식 상에서 잡스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나 쓸데없이 비싼 기기와 까다로운 서비스를 굳건히 한 사람일 수 있다. 그의 첫 프레젠테이션이 잡스에 비해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는 그것을 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 애플에 대한 닻은 아직 잡스에 걸려있다. 신화적 인물에 가까운 잡스는 임팩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추방당했고, 다시 돌아왔으며, 픽사를 인수해 우리 삶에 즐거움을 주었던 것. “Think Different”라는 무지개색 사과가 나오는 광고와 스탠포드 졸업 축사, 아이팟과 아이폰 등. 잡스를 생각하면 그를 싫어하더라도 한켠으로 존경심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인식은 잡스의 발자취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형성되었다.

 

애플은 팀 쿡을 CEO로 맞으며 전환기를 가졌다. 그리고 8년 차가 되었다. 잡스 사망 후 급격히 무너질 거라 생각된 애플은 여전히 굳건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수많은 경쟁자가 생겨나고 성장해서 위협하지만 애플이 지닌 영향력이 8년 전에 비해 컸으면 컸지 작아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애플은 적절한 타이밍을 잡은 것 같다. “애플CEO=애플”이라는 공식을 다시 사람들에게 들려줄 때를 말이다.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에게는 팀 쿡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가 언제부터 애플에 있었는지, 어떤 이력과 업적을 세웠길래 잡스가 후계자로 삼았는지, 그리고 어째서 그가 커밍아웃을 했고 어떻게 게이를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받아들였는지 등의 과거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아쉽게도 주관적인 추측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또한 현재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 초대형 기업 애플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에 맞서는 팀 쿡(애플)의 가치와 실제 행동 등이 제시된다. 여기서 가치는 모든 사람이 기술에 접근하도록 돕는 조치, 모든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는 권리,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무감, 혁신이란 결과물을 낳는 포용성과 다양성,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보호하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앞선 가치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을 포함한다. 이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사례를 저자는 소개한다.

 

그리고 미래도 놓치지 않는다. 로봇 자동차, 건강과 기술의 결합 등 애플이 현재 하는 일이 어떤 미래를 바라보며 가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과거, 현재, 미래. 이 타임라인의 주인공이 바로 팀 쿡이다. 이 책은 정확하게 애플과 동등하지는 않은 팀 쿡을 위의 공식대로 같아지도록 만든다. 아마도 이 점이 이 책을 직접 쓰지는 않은 애플이 바란 새로운 신화가 아닐까? 그렇지 않더라도 이 CEO의 사적인 이야기를 아는 것은 한 기업의 역사와 행보를 이해하는 걸음이 될 것이다.

 

염두에 두면 좋은 기본적인 사실이 있다. 이런 책에는 반드시 저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걸 생각하며 읽으니 어떤 부분에는 “이게?”라고 메모해두었고, 어떤 부분에는 “그렇군!”이라고 적어두었다. 크게 편향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써보려는 저자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기에 걱정말고 읽으시면 되겠다.

 

(아, 그리고 물론 팀 쿡이 게이이기에 읽지도 않겠다는, 독자가 되지 못한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도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신념에 영향을 받거나 신념과 상충되는 상황의 불쾌감을 즐겨보는 게 가끔씩 있는 편이 삶의 재미라고 본다. 그러면 더 강해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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