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반응형


[별점 7.1/10]


안녕하세요. 분홍개구리입니다!

이번에 리뷰할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입니다.


1994년에 일본에서 나오고, 2013년에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은 제목부터 으스스한 느낌이 듭니다.

‘옛날에 내가 죽었다면 지금 나는 유령이나 영혼의 상태로 나타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웬만해선 그런 미스테리는 작가가 다루지는 않으니 제쳐두지요.


창해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의 표지는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음산한데요. 먼저 아래 링크의 줄거리를 보고 오시면 몸에 좋습니다. 반전과 결말은 따로 준비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이 리뷰에만 적혀 있습니다.





(아래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교적 초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먼저 좋은 추리소설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사건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뿌렸습니다. 두 사람으로 제한된 인물이 거의 밀실에 가까운 공간에서 이 단서들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탁월하게, 충분한 개연성으로 회수했습니다.


소설의 재미에 더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을 통해 부모의 아동학대와 입양이라는 이슈를 꺼냅니다. 이게 정말 놀라운데요.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 출간된 때가 1994년인데요. 일본에서는 1996년 일본 아동학대 방지 연구회(JASPCAN: Japanese Society for Prevention of Child Abuse and Neglect)가 발족되고 2000년도에 아동학대의 방지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복지법이 2000년도에 개정이 되면서 아동학대를 사회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요. 시대적으로 사회의 대처보다 빠른 소설입니다.


소설 속 유스케, 사야카 그리고 물리학 교수인 나도 모두 아동학대의 피해자입니다.


유스케는 강압적인 할아버지 아래서 자랐습니다. 그의 아버지 또한 할아버지의 엄격한 교육을 받았지만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죠. 할아버지의 기대는 손자인 유스케에게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유스케는 정신적으로 고통받죠. 여기에 더해 또다른 피해자인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돌아옵니다. 술에 취해 살면서 할아버지의 강압성을 닮은 아버지를 유스케는 싫어합니다. 그의 일기에서 이 사실을 알 수 있죠.


사야카는(줄거리를 읽으셨기를) 유스케의 여동생입니다. 유스케가 할아버지에게 시달렸다면 사야카는 원래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습니다. 알몸으로 그 앞에 있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유스케가 그 모습을 보고 자기 아버지를 죽일 계획을 세우죠. 그녀는 오빠에게 학대의 아이콘인 아버지를 죽여달라고 합니다. 이후 화재 사건이 일어나 유스케와 아버지 및 진짜 사야카가 죽으며 옆집의 구라하시 가문에 입양됩니다.


소설의 시점인 ‘나’는 양부모 밑에서 자라왔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양아버지가 입양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원래는 친척 딸이 이혼한 뒤에 낳은 아이였던 것이죠. 그러다 친어머니가 나타납니다. 나의 ‘소유권’이 물 위에 떠올랐을 때 양부모는 나에 대한 태도를 바꿉니다. 보다 더 상냥했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는 말로 나를 설득합니다. 추억과 고생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감정적으로도 나를 흔듭니다. 나는 결국 양부모를 선택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준 상처는 매우 컸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아들 연기를 합니다. 정신적 학대의 유형이죠.


학대의 결과는 유스케와 사야카를 통해 제시됩니다. 유스케는 아버지를 방화로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합니다. 사야카는 살아남았고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의 딸에게 학대를 하는 대물림을 보여줍니다.


학대의 과정에 대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음의 구절을 이야기합니다.

“학대하는 엄마의 흔한 경향 중 하나가 육아서에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현상인 듯했다. 책에 나온 내용을 고작해야 하나의 표준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육아도 그대로 진행시켜야 한다고 굳게 믿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실상은 프로그램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며 아이는 예상치도 못한 난제를 잇달아 던진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는 사이, 엄마 내면에서 공격 감정이 생겨나 억제할 수 없게 되면 결국 학대가 시작된다고 한다.”(127-128)


사야카는 이런 흔한 경향의 대표자였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를 ‘나’의 기사에서 찾습니다. “특히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 체험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야카가 자신의 흉폭한 행동의 원인을 알기 위해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아나서는 건 이 때문이죠.


사야카와 ‘나’가 서로 끌린 이유는 닮았다는 느낌이 있었고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핵심은 자기들 이외의 모든 인간을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위의 인간은 모두 바보고, 누구도 신용할 수 없고, 누구도 진정한 것을 모른다.”는 의미였습니다. 두 사람은 학대로 인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문제의 결말을 어떻게 짓고 있을까요? 학대로부터 살아남은 사야카와 ‘나’를 통해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사야카는 아이를 더이상 학대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가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했고, 아이를 남편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자신의 문제를 위해 떠납니다.


‘나’의 모습은 소설의 프롤로그에서 제시합니다. ‘나’는 양부모와 더이상 만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공간이 철거된다는 소식에도 찾아가지 않습니다. 그때의 추억, 그곳의 장면이 떠오르지만요. ‘나’는 그 이유를 두려움으로 요약합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야카와는 다른 모습이죠. 이것이 제가 본 프롤로그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또 에필로그 마지막에서 ‘나’의 입을 빌려 제목의 의미를 알려줍니다. 유스케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진짜 사야카가 죽어서 묻힌 상징적 무덤이었던 그 집. 무덤의 의미는 양부모에게 선택을 강요당하고 순종적 아들로서 연기를 해야했던 점에서 ‘나’가 죽은 자였다는 점으로 이어집니다. 그때의 집에서 죽은 자였던 자신처럼 누구나 자신이 죽은 상태로 지냈던 집이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분명히 죽은 자신의 과거를 직면하기 싫어서 모른척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작가는 이렇게 각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과거의 기억을 꼬집습니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에서 작가는 친자녀가 당하는 아동학대를 다루면서 입양된 아이가 당하는 학대를 다룹니다. 이 책은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란 탈을 쓰고 시대를 은근히 고발하는 소설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이 책. 출간된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박수를 치게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