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셰프 케이티(29세)는 친구들과 함께 개업했던 레스토랑 “세컨즈”가 아닌 새로운 가게를 열고자 한다. 오래 전부터 보았던 건물을 점찍고 사업파트너를 구하고 가게 이름을 “케이티네”로 정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다.
레스토랑 세컨즈는 도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점이다. 이곳의 모든 음식은 케이티의 손에서 나왔다. 지금은 케이티가 메뉴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되었다. 케이티는 거처로 삼는 세컨즈 레스토랑 건물 윗방에서 가끔씩 손님 및 직원들을 대하지만 그녀의 관심은 자기만의 새로운 레스토랑 오픈에 전적으로 쏠려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컨즈의 직원이자 조용한 소녀인 헤이즐이 화상을 입는다. 그녀 바로 옆에 있었던 케이티는 사고를 막지 못한 죄책감을 지니고 잠자리에 든다. 터주신이 등장한 꿈 때문에 깨어난 그녀는 서랍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버섯, 실수노트, 그리고 설명서가 담긴 상자였다.
설명서에는 이 건물에서 일어난 일에 한해 자신의 실수를 적고 버섯을 먹은 뒤 잠에 들면 실수내역이 반영되지 않는 현실이 된다고 적혀있었다. 케이티가 화상 사고의 실수를 설명서대로하자 다음 날 헤이즐의 화상 부위는 말끔해진다. 그 사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이후로 케이티는 과음을 하거나, 미련이 있는 전남자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사소한 것부터 새로운 레스토랑을 만드는 자신의 꿈까지 실수가 발생할 때마다 마법의 버섯과 실수노트를 사용한다. 그리고 현실은 엉켜버린 마리오네트가 된다.
캐나다 출신인 작가 브라이언 오말리의 그래픽노블 〈수상한 레스토랑 세컨즈〉는 그가 이 작품이 나오기 6년전부터 아이디어를 구상해 만드는데 3년이 걸린 책이다. 오말리는 스콧 필그림(Scott Philgrim)이라는 그래픽노블 시리즈로 인기를 구사해왔다. 세컨즈의 아이디어는 필그림 시리즈가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에 어둡고, 진지하면서 자신에게 솔직하자는 점에서 나왔다.
케이티가 성공가도를 달렸듯, 오말리는 나름 많은 상을 수상하고 작품을 내놓았다. 새로운 시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과 더불어 그가 만화가로 살기 전 레스토랑에서 6개월동안 일한 기억이 이 작품의 모티브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케이티와 겹치는 사람은 단지 작가만이 아니다. 나는 나이를 먹어도 실수를 저지르고, 교감신경계가 날뛴다. 그러면 x됐다,라는 마음이 올라오면서 실수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워한다. 온간 생각은 실수가 아예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마음을 만나 판타지를 만든다. 어려서나 성년의 날이 지나서나 이 판타지는 여전하다.
이 변함 없는 실수투성이이자 도망자, 겁쟁이는 그렇기에 고정관념을 뚫고 29세로 설정이 되었다. 때마침 나도 30을 바라보는 입장이라 내가 실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내가 얼마나 실수를 많이 하는지를 돌아보는데 용이했다. 이게 출판사의 책 소개에 나오는 “현대 젊은이들이 느끼는 실존적 불안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수를 하며 나이를 먹는 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책에 나오는 버섯 숫자를 잘 세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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