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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 두 아이의 아버지A. 요즘 결혼 준비와 차후의 일을 준비하는 후배B. 그리고 백수 2개월차이자 제주에서 갓 돌아온 나.
이렇게 3명이 모일 때마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선택장애가 심하다.(주로 만나는 장소는 세 사람의 주거지역의 대략 가운데쯤인 종로3가다.)
다행히 이번에 주어진 선택지에 스시가 포함되어 있어서 예외적으로 쉽게 결정을 내렸다. 종로3가역과 종각역 사이에 있는 미카도스시에서 보기로 했다.

매장은 2층에 있었다. 내부는 5-6팀 정도만 수용할 정도로 작았다. 들어가자마자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우리 3명을 위한 자리가 있었다. 비록 마주보는 좌석이 아니었지만.

 

미카도스시는 요즘 초밥집에서 자주 보이는 주문 방식을 사용한다. 닷찌(개별 의자에 앉아 주방장과 마주보는 좌석) 앞에 있는 패드를 통해 메뉴를 주문한다. 물론 단순히 회전초밥을 직접 가져가도 된다. 다만 세부 메뉴를 선택하거나, 컨베이어벨트에 없는 메뉴는 패드를 이용해야 한다. 직원 호출이나 기본 장국 리필 등도 패드로 할 수 있으니 면대면 대화를 꺼린다면 이 방식이 좋다.

미카도스시의 모든 초밥접시는 1,700원이다. 종류는 초밥, 군함, 튀김이든 뭐든 상관이 없다. 미카도스시는 11접시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10접시를 먹으면 11번째 접시가 공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11접시를 먹으면 10접시 가격을 받는다. 나보다 회전초밥이 낯선 두 사람은 11접시에 미니우동을 먹기로 했다. 나는 미카도스시를 처음 방문했기에 초밥을 적당히 먹고 덮밥류를 주문해서 10접시 가격과 맞출까 고민했다.

 

장국은 평범했으니 패스하자. 기본 메뉴로는 락교, 초생강, 산고추가 있다. 이중에 락교만 좌석에 고정되어 있고 초생강과 산고추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돌아다닌다. 락교와 초생강은 보편적인 맛이었다. 산고추는 좀 매운 편이었다.

 

육사시미 초밥

첫 스시는 육사시미 초밥이었다. 육사시미 초밥은 두 개가 제공된다. 소금과 참깨, 약간의 후추, 참기름이 가미되어 맛있었다. 대신 힘줄이 섞인 덩이가 하나 있어서 조금 씹는 시간이 걸렸다.

 

계란 초밥

다음으로는 계란 초밥. 예전에는 가성비가 없다면서 무시했던 초밥이었다. 그러다가 한식의 김치, 이탈리안 음식의 피클과 같이 기본이라는 생각을 갖추고 필수로 먹어 왔다. 단맛이 튀지 않아 적당한 맛이었다. 나는 숙성된 계란 초밥을 더 선호하기에 평범하다고만 느꼈다.

 

컨베이어벨트에 초밥이 쌓이기 시작했다. 접시가 뚜껑으로 덮이고 그 위에 또 다른 접시가 올려졌다. 좌석에 비해 컨베이어벨트가 길어서 일어나는 현상 같았다. 무엇이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유니크할까에 답하기 위해 좌석 앞 패드를 두들겼다.

 

청어 초밥

청어 초밥은 내게 신선했다. 쫄깃한 맛보다 선어회 같은 맛이 강한 초밥이 많은 곳에서 이 초밥은 씹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대신 호불호가 있을 맛이었다. 비린내라고 하기에는 원하는 표현은 아닌 것 같고, 생선 향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이게 심하진 않지만 느껴졌는데 내겐 개성으로 다가왔다.

세 번 먹었는데 두 번 찍었다

광어 회. 평범한 광어 회 맛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후로 광어 회 초밥을 두 번이나 더 먹었다. 하나는 가성비를 이유로, 다른 하나는 “방어 회”라는 줄 알고 먹었다. 배고파서 ‘이게 방어 회는 아닐텐데...’라는 내 생각을 제끼고 이미 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뭐 나쁘지 않으니 그냥 먹었다.

도미뱃살구이 초밥

도미뱃살구이 초밥은 아쉬움이 가득한 스시였다. 양념이 생선의 맛을 오버했기 때문이다. 구이이기에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내렸다. 하지만 소스가 덜 강력하고 양이 적었다면 (구)아밀라아제 (신)아밀레이스와의 접촉 즉시 녹아내린 생선과 밥의 맛이 잘 느껴졌을 테다.

 

6개의 접시가 내 옆에 쌓였다. 하나당 1,700원이니 이미 만원 정도 되는 셈. 여기에 덮밥을 하나 시키느냐 아니면 11접시를 채우느냐를 꽤 고민했다. 아마 5분 정도? 결정은 초밥을 더 먹는 쪽으로 내려졌다. 덮밥은 나중에 먹어보도록 하자.

 

연어아보카도초밥

연어아보카도초밥. 아보카도가 페이스트가 아닌 덩어리로 초밥 위에 놓인다. 덕분에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 외에는 연어 초밥일뿐.

 

연어구이 초밥

내 옆의 B는 연어구이를 두 번이나 먹었다. 나도 더 먹고싶은 맛이었다. 전체를 다 구운 게 아니라 윗면은 굽고 중간 밑으로는 날것 그대로였다. 그렇기에 부드러움과 약간의 쫄깃함을 초밥 하나에서 다 느낄 수 있었다.

 

타코와사비 군함

군함은 타코와사비로 결정했다. 이게 가장 무난해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쫄깃한 낙지가 그동안의 부드러움 천국에 경종을 울렸다. 싫어하지 않는데 그간의 초밥에서 부드러움을 많이 느꼈다면 이게 딱이다.

 

광어지느러미 초밥

마지막은 광어지느러미로 장식했다. 지느러미의 두께와 특유의 맛이 오늘 내 입을 거쳐온 광어 몸뚱이들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그래. 몸통도 좋지만 꼬리가 더 좋다.



계산은 아버지 A가 전부 해버렸다. 패드가 각자 앞에 있기에 따로 계산을 해도 되는데 처음으로 회전초밥집에 온 자의 자선이었다. 덮밥을 먹었으면 큰 폐를 끼칠 뻔했다.

미카도스시는 일반적인 초밥집과 결을 같이하는 식당 같다. 고급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마트용 초밥과는 비교불가다. 회전초밥의 묘미는 적당한 가격선에서 라이브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밥 카테고리에서 생선의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것을 커버하는 다양한 메뉴가 있기에 회전초밥에 대한 알게모를 부담이 있다면 방문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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