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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온 나를 반기신 아버지는 도착 첫날부터 나를 어느 베트남 식당에 데려가고 싶다고 하셨다. 여태껏 쌀국수나 월남쌈 외에 베트남 관련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뭐든 상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 다가왔다.

비가 매우 많이 오는 월요일이었다. 우산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바람과 비의 콜라보는 미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이미 <빛남>의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다. 딱 부모님과 내가 들어갈 좌석을 제외하고는.

 

빛남 오픈 시간
오전 10시 30분 - 저녁 8시
일요일 휴무

 

우리 가족은 포보(소고기 쌀국수)L, 분짜(쌀국수 샐러드),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지난번에 드셨던 메뉴라고 하셨다. 아마 혼자 오거나 다시 부모님과 같이 온다면 이날 먹었던 메뉴 외에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다. 에이드도 하나 정도 시키고.

 

테이블에는 소스 두 가지가 올려져 있다. 하나는 맵고 다른 하나는 살짝 짜지만 간을 위한 친구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온 뒤 먹다보면 소스를 뒷전으로 하다가 어느 시점에는 필요하게 된다.

 

친절하게 요청사항이 적혀 있었다. <빛남>의 운영시간 대부분은 주방장님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신다. 그렇기에 주방이자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거나 요청을 하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고수도 달라고 하면 더 주시니 원하시면 말씀드리기를.

 

요 물통... 흰색 부분 따는 거 아니다. 그냥 기울이면 된다.

 

깔끔한 인테리어.



 

왼쪽부터 분짜, 반미, 포보

메뉴가 나왔다. 상추가 있는 게 분짜, 소고기와 숙주가 있는 게 포보, 나머지가 반미다. 세 명이서 적당히 먹고 빠지기에는 좋은 양이다. 식어도 맛있으니 사진부터 찍고 가자.

 

밑반찬으로는 양파절임과 산고추가 있다. 양파를 향한 내 취향은 날것 상태가 좋기에 절임은 1회 시식 후 부모님께 양보했다. 대신 두 분이 산고추를 잘 드시지 않기에 내가 먹었다. 산고추는 살짝 매운 것도 있었지만 세 가지 음식을 먹으면서 소스와 함께 종종 필요한 친구가 되었다.

 

분짜. 소스가 내장되어 있기에 섞어 먹어도 된다. 섞어 먹는 게 좋다. 신맛을 즐기지 못하는 분들은 어려워하실 수 있겠다고 봤다. 하지만 고기의 맛이 아삭아삭한 야채 및 소스와 결합하니... 다음에 오면 디폴트로 분짜 하나는 시키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국수, 즉 포보. 숙주가 있다고 초반에 언급했지만 일단 디폴트는 숙주가 없는 버전이다. 워낙 호불호가 강한 식재료이기에 이 디폴트는 찬성이다. 우리 가족도 왠만해선 무엇이든 다 잘 드시는 부모님과 아직 갈 길이 먼 아들의 취향이 다르다. 그래서 숙주는 따로 요청해서 당신들이 드셨다.

 

담백함. 뭐 우리나라 국밥과는 다른 의미의 담백함이다. 일단 면이 아주 좋은 상태로 익었다. 불지 않은 탱탱함이 정말 적절했기에 맛있었다. 고기의 상태도 괜찮았다. 삼겹살처럼 기름지고 쫄깃한 부위는 아니다. 약간의 퍽퍽함이 갈비탕의 고기를 연상시켰다.

대신 쌀국수만 입에 넣다보면 심심함을 거쳐 약간의 느끼함을 느끼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양파절임, 산고추, 두 가지 소스와 분짜 같다. 양과 음이 조화를 이루듯 밸런싱 반찬들을 잘 활용하는 게 맛을 극대화하는 방법 같았다.

 

반미. 결론부터. 빵이 너무너무너무 맛있다. 기름기가 있지만 빵에서부터 일단 성공이었다. 이 기름기를 내용물들이 아주 잘 잡았다. 안에 들어가는 것들은 분짜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은 고기가 너무 많았다는 점? 야채가 더 들어갔으면 100점 딱 드릴 수 있었을 테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에는 일부 공석이 있었다. <빛남>에서는 포장도 가능하기에 근처로 놀러오신 분들이 주문하신 뒤에 픽업 후 숙소로 가져가시는 것 같았다. 이런 음식점이 숙소 근처에 있다면 나라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빛남>은 이미 협제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점이다. 독특한 외관과 깔끔한 내관이 맛있는 메뉴와 결합하면 소문을 내지 않아도 사람을 불러모은다. 조만간 다시 제주를 간다면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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