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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한달살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나는 생선회 한 점도 입에 대지 않았다.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한데, 곽지의 지역식당과 닭집, 그 외 부모님이 데려가시는 곳들이 회와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주까지 왔는데 그동안 수고한 내 위에게 회 한 조각이라도 줘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날은 부모님과 당신들의 지인부부를 따라 갔다.
회가 나오는 곳이라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차 구석에 앉아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를 싣은 차는 바다와는 멀어지고 한라산의 맥을 따라 조금씩 올라가는 듯했다.
뭐 회를 꼭 바다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편견이든 보편성이든 틀릴 수 있으니 그냥 믿고 가기로 했다.

 

<마니주>에는 저녁 7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넓었기에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었다.

 

내부 공간도 두 개로 분할되어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넉넉하게 앉았을 공간이다.
인테리어도 나쁘지 않았다.

아쉽게도 이 시기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유지되었던 때다.
우리는 혈연관계가 아닌 두 가족으로 총 5명이었다.
경험이 많아 보이는 종업원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양해를 구하셨다.
행정상의 명령이 유감스러워도 그걸 어기면서까지 장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한 분이 속이 계속 안 좋았다며 차로 돌아가셨다.
(이 종업원은 그 미안함에 대한 대접을 추후 잘 해주셨다.)

 

우리는 한상차림을 먹었다. 4인이었으니 49,000원이다.
회, 초밥, 전복, 전복죽, 해초국수, 통갈치, 매운탕, 튀김이 한상차림의 메뉴다.
메뉴는 코스 요리처럼 하나씩 차례로 나온다.

 

기본 찬 구성

밑반찬인 단무지와 김치, 오징어젓, 멸치, 나물, 상추와 고추가 나왔다.
김치는 일반적인 맛. 단무지는 원래 맛있고, 오징어젓은 밥 나온 뒤에 먹으면 밥도둑이다.
멸치가 바닷물을 잘 뱉어놨어서인지 덜 짜서 괜찮았다.

 

전복죽

다음으로 메뉴가 나왔다. 처음에는 전복죽이 나왔다.
보울 하나에 4인이 먹을 양이 나오는데, 미리 담아 놓은 사진 밖에 없었네?
전복은 4인이 기별 정도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죽의 맛은 Normal, 평범, 平凡.

 

해초국수

다음으로는 해초국수.
국수의 색이 해초처럼 초록색이었다. 여기에 초장을 넣고 비비면 되는데 처음에 너무 조금 넣었었다.
그냥 오케이.

 

이건 메뉴판에는 없었지만 나왔다.
멍게와 미역 및 해초 무침이다.
아마 멍게는 특유의 향 때문에 싫어하는 분들이 계실 테다.
오랜만에 먹는 멍게라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먹어버렸다.
미안하다.

 

Next. 회다.
세보면 18조각이다. 4인이서 먹으면 딱 떨어지지 않는다.
4인 기준 2명은 기회를 놓친다. 일단 집고 먹고 입을 쓱 닦아라.
오, 이게 회맛이지 하는 감탄사는 없다.

 

통갈치가 다음 타자다.
갈치는 머리 포함 5분할되어 나온다.
나는 갈치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맛이 괜찮았다.
구우려면 이렇게 구워야 할 테다.
대신 아버지는 밥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갈치를 먹는 걸 싫어하셔서 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셨다.
엄청 짜지는 않아서 그냥 먹어도 되었지만 개인마다 다르니 한입 선먹 후 각자 판단해보자.

 

갈치 뒤에는 초밥이 나왔다. 4인이 각자 2개씩 먹을 수 있도록 배치되어 나온다.
전문 초밥집이 아니니 만족하자. 회나 초밥을 어떤 질이든 대부분 좋아하는 나는 잘 먹었다.
여기에 위에서 깔린 종업원 복선이 하나 나온다.
접시에 있던 8조각을 다 먹어갈 즈음 갑자기 초밥 한 세트를 그대로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식사를 다 마치지 못하고 가버린 다른 테이블이 있었다.
그들에게 주려고 이제 막 내온 초밥인데 이미 가버렸기에 우리에게 주었다.
겉으로는 무표정, 속으로는 어퍼컷 좀 날린 것 같다.

 

튀김. 튀김다웠다.
오징어 튀김이나 새우튀김 같은 게 없어서 아쉬웠다.

 

전복이 1인 1개씩 먹도록 해서 나왔다.
전에 와보셨던 지인은 살아있는 전복이라고 하셨는데 이날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옆에 같이 나온 종지의 기름(?)과 같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나는 거기에 내 전복을 담을 틈도 없이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조개...는 조개였다.

 

매운탕은 어느 순간부터 끓고 있었다.
종업원이 다음 음식을 가져올 때마다 수시로 확인했다.
야채는 원래 듬뿍 넣어주는데 실수로 가져가셨다.
만약 미나리든 야채든 좀 적다고 보이면 반드시 말해서 취하길 바란다.

 

매운탕에는 수제비가 들어간다.
메뉴판에서는 먹을 거면 말하라고 써있는데, 그냥 디폴트로 가져오신다.
대신 원래 직접 쪼개서 넣어야 한다고 하신다.
수제비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일단 그분이 덩이를 두껍게 쪼개셔서 넣었기에 아쉬움을 느꼈다.
직접 작게 작게 쪼개서 넣는 걸 추천한다.

매운탕은 매웠다.
말 그대로 매운 매운탕은 오랜만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딸꾹질도 했다. 금방 멈추기는 했다.
매움을 제외하고는 맛있는 매운탕이었다. 이런 탕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데 밥을 말아서 잘 먹었다.
탕 속의 생선 살은 적어도 내게 배분된 것만 보면 그러려니 하는 정도.
술에 맞는 매운탕이 아닌가 싶다.

이로써 마니주에서의 식사를 마쳤다.
한상차림을 먹었기에 회를 배불리 먹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1인 기준 12000원 정도로 쳤을 때 구성이 괜찮았다.
약간 미비한 점도 분명 있었지만 음식 외의 여러 가지를 다 포함하면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마니주 운영시간
오전 11시 - 오후 9시 30분까지
마지막 주문 오후 8시
매월 첫째, 셋째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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