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살기를 마무리하기 1주일 전. 또다시 부모님이 안 계시는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새로운 모험을 위해 집을 나섰다.
이날 가려고 한 곳은 전에 먹었던 엄마손집밥의 반대편에 있는 식당이었다. 곽지 곤지암 해장국. 당시 엄마손집밥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온 나의 반대편 문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뭐 비교적 많이의 의미일 뿐이다. 분위기보다는 지역에 컨셉을 더 둔 한달살기였기에 다음 번에 꼭 가기로 했던 곳이다. (이 의미에서 큰맘할매순대국은 서울에서도 먹었기에 패스!)
2021/02/27 - [이것저것] - 제주 여행 중 마음이 푸짐한 집밥을 먹고 싶다면 엄마손밥집으로 가보자.
식당은 넓었다. 12테이블이 있었고 테이블간 공간이 넉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요 식당에서는 붙여진 테이블 사이에도 투명가림막을 했다. 여태껏 한달살기를 하면서 투명가림막이 있었던 식당을 보았었나? 효과를 차치하고 점수에 플러스를 주었다.
그렇지만 기본 반찬을 보고 상당한 마이너스를 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주신 양이 너무 적었다. 쌈용 배추, 고추, 쌈장, 젓갈 등은 이해의 폭에 들어가지만 적어도 국밥 종류를 먹는데 김치의 양이 매우 적었다. 두부도 하나... 보통이라면 하나하나 반찬을 찍었겠지만 이날은 그러지 않았다.
아, 메뉴를 놓쳤다. 소머리해장국이 8,000원, 육개장이 8,000원, 뼈해장국이 9,000원 등. 주문할 때는 가격 상관없이 골랐지만 다시 보니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바로 건너편의 엄마손집밥 정식이 8,000원인데 과연 비등한 양과 질일까? 이런 의문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원래 내가 생각했던 메뉴는 순대국밥이었다. 최애 메뉴는 아니라도 워낙 익숙할 정도로 많이 먹었던 메뉴였기 때문. 하지만 차림표에만 시선이 꽂혀있었기에 그냥 소머리해장국을 주문했다.
소머리해장국은 뜨끈뜨끈하게 나왔다. 불에서 갓 빠져나온 것처럼 거품을 무는 모양이 오래 지속되었다.
소머리해장국에는 한우를 얇고 넓게 썬 조각들, 콩나물, 파 등이 들어 있었다. 여기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날계란을 빠르게 투하했다. 아마 이 부분은 식객의 취향에 따라 갈릴 듯하다. 나는 날계란을 넣은 뒤 빠르게 휘저었다. (덩어리로 익힌 것도 좋아한다.)
이미 기본 반찬에 아쉬움을 느낀 나는 해장국을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음. 나쁘지는 않았다. 단지 ‘순대국밥을 먹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여태껏 살면서 먹은 국밥이 머릿 속에서 나열되면서 이 소머리해장국의 좌표를 특정 짓고 있었다. 정말 맛있게 하는 콩나물국밥집에 비해 한우 값을 고려하면 가격이 나쁘진 않은데 맛은 그곳이 더 나았다. 관건은 이 “한우”가 애매한 위치의 맛을 커버칠 수 있냐에 있었다.
그래서 기본 찬으로 나온 푸르른 배추와 장과 함께 고기를 쌈싸 먹었다. 음. 오케이. 장은 맛있었고 배추도 아삭거려 좋았다. 쌈으로 먹으면 괜찮았는데 왜 국밥은...
장이 다 떨어졌지만 다시 채워달라고 부탁드리지는 않았다. 대신 같이 나온 젓갈을 싸서 먹었다. 아니... 젓갈이랑 고기랑 쌈해 먹든 안 먹든 맛있었다. ‘도대체 국밥이 왜...’ 그저 의문 뿐이었다.
이 아쉬움은 내게 꾸준히 ‘순대국밥 먹었어야지’를 외쳤다. 시험지 마킹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순대국밥이 괜찮을지는 의문이다. 그저 소고기해장국에 대한 내 평가가 순대국밥을 시도하지 않는 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독일 뿐이었다.
아마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 홀로 식사를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즉, 순대국밥을 먹을 일도 없을 거라는 의미다. 흠... 세컨드 찬스를 언제쯤 줄 수 있을까? 한번의 인상이 모든 걸 결정짓지 않기를 바라는 나는 그저 기약없는 다음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곽지곤지암해장국 영업시간
오전 7시 ~ 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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