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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1월 26일부터 제주에 와서 한달살기(사실 돌아갈 날은 정하지 않음)를 하는 중임.한달살기 집은 부모님이 곧 운영하시려는 공간이기도 해서 기획 및 실행을 도와드리는 중.하루 일정이 끝나면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나는 한달살기 집에 남아서 숙식을 함.



제주로 온 지 2주가 지났다.
그동안 하루를 한달살기 집 준비 90%, 개인 일정 10%로 나눠서 사용했다.
다가오는 텝스, 토익 두 가지 시험을 동시에 준비 중이고, 독서 및 SNS작업 등 개인적인 계획을 그 10%의 시간에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쉽지 않더라.
그래도 한달살기 집 준비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서 이제는 하루 일정의 비율을 반대로 하려고 한다.

그런데...

월요일인 오늘(2월 8일) 오후부터 컨디션이 별로다.
(오전에 너무 영어 공부를 빡세게 했나...)
저녁을 먹은 뒤 바로 쉼에 들어가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가끔씩 튀어나오는 내 마음의 소리가 이렇게 외쳤다.

“당장 나가!!!!”

하고 싶은 기운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쉬고, 내일 하면 된다며 정당화하는 나에게
제갈량이 죽기 전에 장온에게 준 편지처럼 마음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가야겠다...’

바로 네이버 지도 어플을 확인했다.

곽지해수욕장-귀덕1리까지 걷는 경로


대략 이런 경로로 갔다오면 될 것 같았다.
수단은 내 발, 즉 걸어서였다.
완벽한 경로!
하지만 계획을 잘 짜는 내가 정말 중대한 실수를 하나 저질렀는데...(추후 공개)


 

제비가 낮게 나는 걸 보고 비가 올 것에 대비하는 것처럼 했어야 하는데... 


애월은 제주도의 서쪽에 위치하기에 해를 조금 더 볼 수 있다.
노을이 아주 멋있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붉으노르스름과 푸르름이 있었다.
파도가 평소보다 좀 세게 치는 듯했지만 그냥
‘잔잔한 모습도 좋은데 파도의 에너지도 참 좋지!’하고 넘어갔다.



<버거요> 매장. 곽지나 이곳이나 버거집을 벌써 세 군데나 보았다.


그래도 해가 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기에 하늘에서 붉은 기가 다 사라졌다.
(위의 바다 사진에서부터 여기 <버거요>까지 오는 길에 다리가 하나 있는데 무서워서 사진을 못 찍음)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햄버거를 좋아하기 때문에 조만간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가게였다.


숙박용 집이 많다.


<버거요> 이전부터 길을 걷다보면 이런 집들이 많이 보인다.
분위기는 제주도 느낌이지만 많은 집들이 장기, 단기 숙박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한 모습이다.
그래서 종종 렌트카도 보인다.
이렇게 꾸며놓은 집들은 머물고 싶은 마음을 부추키는 힘이 있는 듯하다.
층간소음이 없고, 바다도 근처에 있으니깐.
(대신 혼자 온다면 조금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위에 벌벌 떨었고, 밤이라서 추후에 가기로 한다.


그대로 길을 쭉 걸으면 큰 길이 나온다.
아무래도 늦은 시간이 되면 큰 길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직진을 하던 중 본 멋있는 건물.
<토투가커피>라는 카페가 있다고 한다.
리뷰를 살펴보니 낮에 오면 아주 좋은데, 나름 유명한 곳이라 방문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할 듯하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패스.
그리고 여기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누가 이거 보고 쾌걸 조로 가면이란다...


계획한 경로의 종점에 왔으니 원샷 찍기.
이제부터는 큰 길 위로 가도록 하자....고 생각했는데
계획 단계에서 내가 간과한 하나를 시간이 지나고나니 알게 되었다.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기 전에 날씨를 유의해서 보자.


그것은 바로 날씨!!!
파도가 칠 때 낭만적으로 느끼는 것도 좋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과신을 접어둘 걸 그랬다.
제주도를 세 가지가 많아서 삼다도라고 부르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바람이지 않았나?
1. 오늘은 바람이 날씨에 써있을 정도로 강하게 부는 날이었고
2. 오늘 최저 온도가 지난 1주 중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다.
차가운 기운이 딱 종점에 와서야 정점을 이뤘다.

얼른 돌아가야했다.


제주도의 버스정류장

돌아가는 길에는 버스 정류장이 세 곳이 있었다.
전라도와 강원도를 제외한 나머지 도에서 다 살아본 사람으로서 제주도의 버스정류장은 좋은 편이다.
집으로 오는 길의 모든 정류장에 붙여있지는 않았지만 와이파이가 되는 곳도 있다.
데이터가 부족해서 곤란한 상황을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는 정류장이다.

뭔가 공포물스럽지 않나요?


역시나 돌아가는 길에 있던 전화 부스.
서울에서 지하철에서나 간신히 본 것처럼 제주에 와서도 자주 보는 시설은 아니다.
약간 공포물처럼 찍힌 느낌이다.


저 무지개색 다리가 무지개 다리 건너는 효과를 주는 듯하다.

포스트 초반에 무서워서 찍지 못했다고 한 다리.
멀리서 보면 크게 둥근 느낌이 없지만 직접 걸어보면 이 아치형 다리가 주는 두려움이 있다.
다리 밑에는 바닷물이 흐른다.


한산하지만 이런 시설들이 있어야 어둠에도 안전해보인다.

종점이 있던 지역은 귀덕리라고 한다.
GS25나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이 있고, 카페도 여럿 있다.


흔들린 사진.

서울에 살면 행정구역(예: 종로구, 강남구, 마포구 등) 간 경계를 알기가 어렵다.
도로 하나 건너편에 다른 구가 있기도 하고, 삼거리를 두고 세 구역이 있기도 하다.
이정표가 차량용 표지판인 경우만 봐왔는데 제주에서는 그와 더불어 이런 비석이 있어서 구분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마치 여행 끝에 오랜만에 보는 집 근처 시설과 같았다.

드디어 내 한달살기 집 근처에 왔다 ㅠㅠ
금빛신협을 보았을 때 하나의 눈사람이 될뻔한 내 봉인이 풀린 느낌이었다.
‘신협의 색 중 노란색이 금빛을 말하는 거구나...’(실제로는 아님)라는 헛소리를 품을 수 있었다.
반대편의 세븐일레븐도 마찬가지로 반가웠다 ㅠㅠ


여기까지 와서야 바람이 좀 잠잠해졌지만 신호등이 흔들릴 정도였다.


춥다.

얼른 집을 튀어 들어갔다.


커피 마시면 잠 못 자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따뜻한 것을 찾아 헤맸다.
다행히 베트남 커피와 티팟이 있었기에 얼른 물을 끓여 섭취함.
(커피 색은 블랙홀마냥 까맣고 까맣더라.)

내일도 모험을 떠나기 위해 계획 중인데 날씨가 오늘과 비슷해서(바람은 안 불지만)
아까 봤던 토투가커피 부근을 다녀오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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