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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원래 비가 와야 하는 날이었다. 슬리퍼만 신고, 여기에 샌들까지 챙겨서 갔는데 해가 쨍쨍했다.

7년 만에 온 포항은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저 기존의 추억과 정겨움이 내 속에서 올라왔을 뿐이다.

두 일행과 숙소에 짐을 둔 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찾아간 곳은 "환여횟집"이었다. 학창생활을 하던 기간에도 이곳은 유명한 곳이었다. 포항에 물회집이 많음에도 유명세를 탄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학교 버스의 경로에 있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맛이 표준이었다는 점이다.

 

 

환여횟집 : 네이버

방문자리뷰 5,234 · 블로그리뷰 2,871

m.place.naver.com

 

 

표준이라함은 무난하다는 뜻이다. 여행지에서 식당을 고를 때 우리는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 정보가 옳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실되게 썼어도 개인의 취향이 달라서 별로라고 한 가게가 괜찮을 수도, 맛있다고 한 가게가 별로일 수도 있다. 무난함, 표준은 그런 실패 가능성을 줄여준다. 환여횟집은 내가 생각하기에 딱 그런 곳이었다.

표준이라도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졸업식 때였다. 가족이 다 같이 포항에 왔기에 기념으로 물회를 먹으러 왔다. 환여횟집에 말이다. 난 잘 먹었는데, 아버지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내리진 않으셨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다시 알았던 순간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세 명의 메뉴는 물회2, 물회국수1이었다. 물회에는 공기밥이 들어가고, 물회국수에는 국수가 들어간다. 그렇지만 공통으로 적은 양의 국수가 말아서 사람에 맞게 나온다. 즉, 우리는 작은 국수를 3개 받았다. 사진을 못 찍어서 글로 말한다.

 

밑반찬1

반찬으로 나온 멸치다. 딱딱하지 않다. 바다 냄새가 난다. 호두나 아몬드가 들어간 (울 어머니가 해주신) 멸치볶음과는 다르다. 바다내음이 있는 멸치볶음은 간간히 먹을 때 좋다.

 

밑반찬2

어묵에 무슨 할 말이 있으랴.

 

밑반찬3

열무김치 사진 찍고 일단 물회 먹고 봤더니 사라져있었다. 약삭빠른 친구가 한 명 있었던 것이다.

 

매운탕

두부1, 무1, 생선 일부1이 들어간 매운탕도 나온다. 얼큰했다. 시원한 물회에 균형을 맞춰주는 음식이었다. 이따 말하겠지만, 물회를 흡수한 친구는 이것도 흡수했다.

 

물회

물회가 나왔다. 앞에서 말한 작은 국수 말이를 넣었다. 물회 육수는 한 테이블에 한 접시를 주신다. 각자 알맞게 떠가야 한다. 후에 물회를 흡수한 친구가 첫 순서로 육수를 조금 떠갔다. 남으면 자기 그릇에 넣을 생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나는 그런 생각을 못하고 원하는만큼 넣었다. 그래서 계속 "육수 부족하지 않아?"라고 물었는데, 자기는 국물이 적은 게 맞는 사람인 것 같다고 대답을 했다.

 

물회 흡수한 오른쪽 친구

육수가 부족하지 않다던 친구는 물회를 흡입하며 명짤을 남겼다. 자기도 이 사진 보고 "너무 먹방처럼 나왔네"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 추가"(만 원)을 했다. 우리랑 같이 나눠먹을 생각이었겠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거절했다. 사실 이 친구가 물회를 처음 먹는다고 해서 마음껏 먹도록 배려를 배려했다. 포항 올 일이 얼마 없는데, 열심히 일했으니 마음껏 먹어야하지 않겠나.

 

입구에는 커피 머신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이걸 먹는 게 국룰이긴 한데, 어차피 옆집인 "오브레멘"으로 커피를 마시러 갈 예정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어르신들은 이런 커피를 좋아하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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