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10]
#고래 #천명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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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에 대한 평가가 사람 숫자만큼 다양했다. 독서모임에서 우리는 각자 비평할 때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영점조절했다. 여기에서는 나만의 과녁을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고래〉는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정확한 수상내역은 몰라도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이 기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충족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 그렇다. 작가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였다. 수많은 인물이 나오고, 그 중 주인공이 둘 정도 있는데 한 인물도 조연을 위한 조연이나 주연을 위한 주연이 아니었다. 각 사람의 삶을 최소한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중심 사건을 제대로 서술했다.
무엇보다도 강중약, 즉 힘을 빼고 넣고를 자유롭게 했다. 인물에 대한 소개나 작가의 개입 등 이리 치고 저리 치는 뎀프시롤처럼 입담의 격투가 이어졌다. 이 점에서 멤버들이 혼란스러워했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말이다.
이 지엽적인 불만족을 내려놓고 삶과 이야기라는 기본 요소를 생각해보면 좋다. 인생은 이야기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지니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동시에 타인의 삶을 알고 싶어한다. 뉴스와 책, 각종 sns를 접하는 이유는 유익 차원 아래에 한 삶과 다른 삶과의 접촉을 원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런 의미에서 텍스트를 통한 관계 형성이다. 독자는 지면과 글자를 통해 작가와 관계를 맺는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점은 소설을 통해 나 자신을 본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걸 이야기라는 수단으로 도와준다.
〈고래〉는 소설의 이 기초를 매우 탁월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천명관 작가는 끊임없이 사족을 쓰면서 독자와의 소통을 하려 했다. 신비로운 현상이나 억지스러운 개연성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야기를 통해 느끼고 생각하고 돌아보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얻어가길 바란 듯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독자 개개인에게 맡긴채로!
이 날것 같은 소설은 그래서 더 적나라하고, 때론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부분을 빼지 않은 듯하다. 그런 부분을 읽으며 느끼는 불편함 자체가 나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쌓이는 것이다. 재미 자체가 주된 장르소설과 달리 〈고래〉는 이런 의도가 느껴지면서 기대 이상의 위치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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