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RHK코리아
〈Worker’s Digest〉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의 원제다.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교양을 선사한다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오마주한 느낌이다. 회사든, 공장이든, 아르바이트든 신성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고자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긍정적인 느낌으로 생각했다. 한국어판 제목은 그딴 기대 따위 품지마, 라고 매몰차게 이야기한다.
수록된 두 단편 중 메인 파트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단편은 회사원 남녀 두 명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나카코와 시게노부. 1월 4일이 생일인 두 사람은 성까지도 ‘사토’로 같다. 소설은 두 사람의 출근준비부터 시작한다. 어물쩍거리며 일어나 좀 더 자고 싶어하는 모습은 마치 내 생활을 옮겨다 적은 것 같다.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출근한 날 두 사람은 서로를 클라이언트로 만난다. 성도, 생일도, 나이도 같은 두 사람은 짧은 회의 후에 헤어진다. 그러고나서 다시 만나기까지는 불과 한 시간 이내도 걸리지 않았다. 마주친 장소는 카레 가게였다. 음식 취향까지 비슷한 그들 사이에 썸이 모락모락 피어나나 싶었지만 먼저 왔던 시게노부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뜬다. 사회생활이 그렇게 낭만적일 것 같냐, 라고 작가가 매몰차게 말하는 것 같다.
이후로 진행되는 내용은 각 사람의 사회생활 이야기다. 본업이 디자이너인 나카코에게는 갑질하는 클라이언트와 은밀한 사내정치, 배타적인 동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한 나카코의 사적인 대인관계와 그 속에서 은은하게 할퀴어지는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건축 현장 담당자인 시게노부는 억지로 가득한 항의 전화를 받는다. 자신만을 노린 항의 전화가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넘어 본사에까지 이른다. 사적으로는 야동을 보고서도 발기가 안되어 고민에 빠지고, 혼밥을 하다가 사색에 빠진다.
두 사람은 종종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떠올린다. 그들 자신보다 두 사람이 만나기를 바래온 내 기대를 작가는 후반부에 채워준다. 생일과 성만이 아니라 삶의 양상까지 비슷한 나카코와 시게노부의 만남은 풋풋하고 순진하고 소소했다. 일상에서 치열한 교전과 전투를 치르는 자들이 접하는 장면은 그렇기에 친숙하게 마음을 뚫고 들어온다.
이 무표정한 얼굴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단편을 추천한다.(나머지 단편 하나와 마스다 미리 씨의 일러스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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