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Dr. Strange

category 영화&애니메이션 2016. 10. 26. 01:08
반응형
간만에 공휴일이 왔을 때 혼자서 영화를 보곤 한다.
늦은 밤시간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에 끝나는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그런 때에 느끼는 고요함을 이제는 하나의 끝을 맞이해서 또다시 홀로 영화를 보고 돌아오며 느꼈다.

새벽 5시 45분에 집을 떠날 때 들려오는 고요함은 이제 갓 자정을 넘겨 한 시를 바라볼 때에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는 것이었다.
아무런 문명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습.
단지 풀 속에서 정체모를 한 벌레가 울어대는 소리가 선명해지는 모습.
낯익은 상황을 낯선 시간에 맞이할 때의 새로움은 놀랍다.

학원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
이제는 다음 일정이 생기기 전까지의 모든 날이 공휴일이기에 또다시 홀로 영화를 보았다.
지난 번과 달리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더 편안할 것 같았지만 도리어 집중이 잘 되지 않은 것은 어쩐 이유였을까?
낯익은 상황을 나의 낯선 상태가 맞이해야 해서였을까?

"It's not all about you."
주옥같은 명대사가 쏟아져나왔지만 흩어진 집중력 속에서 그나마 찾아낸 대사다.
천재적인 능력을 지니고 그런 커리어를 쌓아갔지만 자신의 전부인 것 같은 손을 잃어버린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그의 스승이 건내는 이야기다.
그의 오만한 태도가 사람들을 떠나게 했고, 그의 신념 안에 자신을 가두어버렸다.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찬 것으로 보였지만 그의 안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자신을 굳건히 지켜온 스티븐 스트레인지.
그는 스승에게 자신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스승은 아무도 준비된 자가 없다는 말로 대답한다.
그런 상황에서 스승이 스트레인지에게 해준 말이 바로 저 대사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 안에 갇혀 지낸다.
어떤 사람은 성공에 대한 욕망의 형태로 그 모습이 나타나고, 어떤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형태로 그 모습이 나타난다.
누구나 영원한 삶을 살기 원하고 죽음을 맞닥뜨리지 않기를 원한다.
그렇게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된 느낌으로, 또 그런 확신으로 살아간다. 
오만과 겸손, 두려움과 자신감이 헛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것을 깰 수 있는 열쇠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 나를 맞이하는 세상, 나의 능력, 나의 확신, 나의 인맥 등이 나에 대한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내게 주어지는 모든 것이 나에 대한 것이 아님을, 나만의 것이 아님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보고 싶다.


반응형